Search

우리는 왜 연결될수록 외로운가

영국에는 외로움 문제를 담당하는 ‘외로움 담당 장관’이 있다. 외로움을 더 이상 개인의 감정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한국에서 고독사가 3년 새 1.6배 증가했다는 통계는 사람들이 점차 외로워진다는 사실을 알리는 대표적인 통계다. 고독사라고 하면 보통 독거노인이 홀로 숨진 것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실제로는 그 대상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어 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연령대별 이슈만 다를 뿐 사회에 고르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보편화되는 반면 우리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연결된 세상을 살고 있다. SNS는 개인 간 소통을 간편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각자의 소식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실제로 만나지 않고도 충분히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언택트 세상이 구축되고 있다. 편리한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해진 현재, 과거에 비해 외로움이 많아졌다는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 근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걸친 복합적인 요소들을 따져봐야 한다. 우선, 다양성의 부재는 대체로 소외나 박탈을 느끼게 만든다. 그 중에서도 가치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독립된 개인 여럿이 추구하는 바가 같다면 총량이 없는 가치의 경우라도 질적, 혹은 양적 차이에 따른 불평등이 야기되기 마련이다. 이는 경쟁의 형태로 나타나며, 경쟁에서 밀려난 누군가는 박탈감을 느낀다. 물론 세상살이에 경쟁은 필수지만, 온 집단이 오직 하나의 가치만을 추구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불필요할 정도의 무한경쟁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특정 사람들을 소외되도록 만든다. 예시로 1인 가구의 형성을 들 수 있다. 1인 가구는 개인 편의를 위한 선택으로 형성되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사회 가치에 밀려 1인 가구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사람들 또한 생겨났다. 개인의 주관이 사회가 추구하는 바에 비해 연약하면 타인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가치를 선호하게 된다. 그리고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 그 중에서 핵심은 돈이다. 이는 돈을 충분히 모으기 전까지는 다른 행복을 나중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해 형성된 1인 가구가 많다는 이야기다. 상호교류를 통한 행복을 얻고 싶어 했던 사람이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에 빠져 혼자 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SNS의 발전은 이 외로움에 불을 지핀다. 연결에서 비롯된 고립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SNS의 본래 목적을 생각하면 이는 역설이다. SNS는 개인 간의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설계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는 이전보다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시켜 온라인 상태를 유지시킨다. 우리는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하나의 상품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모든 플랫폼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이 있었기에 살아남은 것이다. 플랫폼은 다양한 마케팅 기술들을 동원해 사람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이고 있다.
SNS 사용을 통해 발생한 고립공포감은 외로움을 촉발한다. FOMO(Fear Of Missing Out), 고립공포감은 원래 ‘한정판’ 또는 ‘오늘만’과 같은 제한을 만들어 무언가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 내는 마케팅 기법이다. 하지만 현재는 자신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다른 사람이 한 것에 대한 불안감을 묘사하는 심리학 용어이기도 한다. 자신이 필요했던 것을 해소한 타인의 사례를 찾으면서 느끼는 고립공포감은 상대적 박탈을 유발시킨다. 이는 위에 언급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와도 직결되고, 외로움으로까지 연결된다. 따라서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편의성 등 순기능을 잘 활용하되, 그것에 빠져들어 너무 큰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도록 유의해야한다.
종합하여 우리는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첫째, 다양한 가치가 공존할 수 있기 위해서는 주체가 가진 주관이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보다 뚜렷해야 한다. 또한 개인 중심의 가치만을 추구하다보면 개인은 개인으로서만 행복할 수 있다고 왜곡될 위험이 있어 이를 경계해야한다. 혼자서 행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 물론 맞지만 함께해야만 느낄 수 있는 행복 또한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그리고 당장은 어렵지만 우리는 언젠가 그것을 자유로운 환경에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우리는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연결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첨단 기술을 통해 사람 간의 연결을 주도하는 각종 플랫폼들이 출범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정보에의 노출은 오히려 경험에 대한 불만족으로 나타날 수 있고, 고립공포감이 자극되면 인터넷 의존도가 증가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회적으로는 더 연결되었지만 내면으로는 더 혼자가 되어버린다.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사회의 모습과 달리 외로움을 겪게 된 우리. 이 문제점에 대해서, 개인으로서 노력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사회적인 변화로 해결해야하는 부분 또한 많다고 생각한다. 우선 본인이 너무도 외롭다면 거꾸로 SNS 사용량을 강제로라도 줄여보길 권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각자의 개성과 가치를 존중해주고 추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